장난감을 사람처럼 대하는 아이의 마음
공감 능력은 이렇게 시작됩니다

인형에게 밥을 먹이고,
아프다며 이불을 덮어주고,
장난감에게 조용히 말을 거는 아이를 바라볼 때
부모는 미소를 지으면서도 마음 한편이 흔들립니다.
“너무 빠져 있는 건 아닐까?”
“현실과 구분을 못 하면 어떡하지?”
하지만 이 장면은
아이의 상상력이 지나치게 앞서간 모습이 아니라,
정서 발달이 한 단계 깊어지고 있다는 신호에 가깝습니다.
장난감은 아이에게 ‘감정을 연습하는 안전한 상대’입니다
아이의 뇌는 아직
‘기쁘다’, ‘서운하다’, ‘미안하다’ 같은 감정을
말로 정리하고 설명하는 데 익숙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아이는
눈에 보이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대상에
자기 마음을 옮겨 담아 연습합니다.
장난감은
혼내지 않고,
거절하지 않고,
상처받지 않는 존재이기 때문에
아이에게는 가장 안전한 감정 연습 상대가 됩니다.
이 과정을 심리학에서는
의인화 놀이(anthropomorphic play)라고 부르며,
공감과 정서 이해가 자라나는 자연스러운 경로로 설명합니다.
의인화 놀이가 아이에게 남기는 것들
장난감을 사람처럼 대하는 놀이 속에서
아이는 다음과 같은 능력을 차곡차곡 쌓아갑니다.
- 다른 존재의 입장을 상상하는 힘
- 감정을 말이나 행동으로 표현하는 경험
- ‘내 마음’과 ‘상대의 마음’을 구분하는 감각
이 능력들은
또래 관계에서 갈등을 이해하고,
학교 생활에서 감정을 조절하며,
사회 속에서 관계를 맺는 데 기초가 됩니다.
즉, 지금의 놀이는
미래의 인간관계를 위한 사전 연습에 가깝습니다.
“그건 장난감이야”라는 말이 아쉬운 이유
사실을 바로잡는 말이지만,
아이의 감정 흐름을 갑자기 끊어버릴 수 있습니다.
아이는 그 순간
“이 감정은 틀렸나?”
“이렇게 느끼면 안 되나?”
라고 받아들일 수도 있습니다.
대신
“그래서 그 친구는 지금 어떤 기분일까?”
“왜 그렇게 해줬을까?”
라고 묻는 질문은
아이의 놀이를 존중하면서도
감정을 한 단계 더 깊이 생각하게 만듭니다.
감정에 머무르던 사고가
이해와 판단으로 자연스럽게 확장되는 지점입니다.
부모가 개입해야 하는 지점은 여기입니다
이 놀이를
과하게 부추길 필요도 없고,
억지로 현실로 끌어낼 필요도 없습니다.
부모가 살펴볼 것은 단순합니다.
- 아이가 놀이를 스스로 시작하고 끝낼 수 있는지
- 장난감의 감정을 자기 감정과 구분할 수 있는지
- 놀이가 다른 활동으로 자연스럽게 전환되는지
이 세 가지가 가능하다면,
의인화 놀이는 걱정의 대상이 아니라
정서가 자라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이 놀이가 끝났을 때 아이에게 남는 것
장난감을 사람처럼 대하는 아이는
이미 마음을 다루는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그 연습은
타인의 감정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 태도,
관계 속에서 선을 지키는 감각,
그리고 공감이라는 힘으로 이어집니다.
아이의 행동은 말없이 이렇게 전합니다.
“나는 마음을 이해하는 법을 배우는 중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