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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게임·축구·달리기… 승패 놀이가 아이 성격을 만든다

📑 목차

    보드게임·축구·달리기… 승패 놀이가 아이 성격을 만든다

    1. “이기면 좋아하고 지면 화내는 아이”는 당연합니다

    아이들과 놀다 보면 결국 한 번은 마주하게 되는 장면이 있습니다. 달리기에서 2등을 했다고 울고, 보드게임에서 졌다고 판을 엎고, 축구에서 골을 빼앗기면 친구를 밀어버리는 순간 말입니다. 부모 입장에서는 당황스럽습니다. “놀이인데 왜 이렇게 진지하지?” “져도 괜찮다고 말했는데 왜 못 받아들이지?” 하고 속이 상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먼저 꼭 기억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이기고 지는 놀이 자체가 아이의 마음을 흔드는 강력한 자극이라는 사실입니다.

     

    특히 승패가 있는 승부 놀이는 단순한 재미가 아니라, 아이에게는 하나의 평가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내가 잘했는지”, “친구가 나를 어떻게 볼지”, “내가 무능한 사람인지” 같은 생각이 순간적으로 스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이기고 지는 놀이에서 감정이 올라오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라, 오히려 정상적인 발달 과정입니다. 아이의 승부욕은 건강한 동기가 될 수도 있고, 반대로 감정조절이 어려운 아이에게는 작은 불씨가 될 수도 있습니다.

     

    오늘은 이기고 지는 놀이가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그리고 승부 놀이에서 생기는 갈등을 부모가 어떻게 다뤄야 아이의 사회성 발달로 연결되는지 정리해보겠습니다. 읽고 나면 “우리 아이만 유난인 걸까?”라는 걱정이 조금은 내려가고, 현실적인 부모 역할이 훨씬 분명해질 거예요.

    2. 승부 놀이가 아이에게 주는 ‘좋은 영향’도 큽니다

    부모들은 승부 놀이 하면 갈등부터 떠올리지만, 사실 승부 놀이에는 아이에게 중요한 성장 요소가 다 들어 있습니다. 제대로 경험하면 이기고 지는 놀이는 사회성 발달의 훈련장이 됩니다.

    첫째, 아이는 승패 놀이를 통해 규칙을 지키는 힘을 배웁니다. 규칙이 없는 놀이도 의미 있지만, 규칙이 있는 놀이에서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이 통하지 않습니다. 규칙을 따라야 게임이 굴러가고, 모두가 납득해야 재미가 유지됩니다. 이 과정에서 아이는 자연스럽게 협상과 양보, 순서 기다리기, 턴을 지키는 법을 익히게 됩니다.

     

    둘째, 이기고 지는 놀이 경험은 도전과 노력의 감각을 키웁니다. 지는 경험은 불쾌하지만, 그 속에서 아이는 “다음에는 더 잘해보고 싶다”는 동기를 만들기도 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결과보다 과정입니다. 승부 놀이에서 “졌지만 끝까지 했어”라는 경험은 아이의 자기효능감을 키우고, 실패 후 다시 시도하는 힘을 길러줍니다.

     

    셋째, 승패가 있는 놀이가 사회성 발달에 좋은 이유는, 아이가 타인의 기쁨과 실망을 동시에 배우기 때문입니다. 친구가 이겼을 때 축하하는 마음, 내가 졌을 때 인정하는 태도, 그리고 함께 다시 시작하는 관계 기술이 모두 들어 있습니다. 즉 승부 놀이가 잘 자리 잡으면 아이는 또래 관계에서 더 안정적인 협력 능력을 얻게 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생기는 지점이 있습니다. “놀이의 승패”가 “아이의 가치”로 연결되는 순간입니다. 이때부터 승부 놀이가 상처가 되기도 하고, 아이 감정조절의 폭발 버튼이 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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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문제는 ‘지는 경험’이 아니라, 지는 순간 아이 마음이 무너지는 방식입니다

    아이에게 지는 경험이 항상 나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적절한 좌절은 성장에 필요합니다. 하지만 어떤 아이는 지는 순간 단순히 속상한 정도를 넘어, 마음이 크게 무너집니다. 이것이 반복되면 아이는 승부 놀이를 싫어하게 되거나, 이기기 위해 과격한 행동을 하게 됩니다.

     

    이때 부모가 가장 먼저 체크해야 할 것은 “우리 아이가 왜 그렇게 힘들어하는지”입니다. 보통은 다음 네 가지 이유 중 하나로 연결됩니다.

    첫째, 승부를 ‘자존감’으로 받아들이는 아이입니다. 이 아이는 지면 곧바로 “나는 못해” “나는 부족해”로 연결됩니다. 그래서 단순한 게임이 아니라, 마음속 평가시험처럼 느껴집니다. 이런 아이에게는 감정조절보다 먼저 “결과와 나를 분리하는 경험”이 필요합니다.

    둘째, 감각·흥분 조절이 약한 아이입니다. 이 아이는 지는 순간 억울함이 크게 올라오고, 몸이 흥분 상태로 확 올라갑니다. 머리로는 “그럴 수도 있지”를 알아도 몸이 먼저 반응합니다. 이런 경우는 승부 놀이의 규칙을 가르치기 전에 감정조절을 위한 ‘쿨다운 루틴’을 먼저 만들어야 합니다.

    셋째, 또래 관계가 불안한 아이입니다. 어떤 아이는 지는 순간, 결과보다 “친구들이 나를 무시할까 봐”가 더 크게 다가옵니다. 그래서 더 과격하게 반응하기도 합니다. 이 경우 아이 승부욕은 사실 승부 자체가 아니라 관계를 지키려는 몸부림일 수 있습니다.

    넷째, 집에서 결과 중심 경험이 많은 아이입니다. 성적, 비교, 칭찬 방식에서 “잘하면 칭찬, 못하면 눈치”가 반복되면 아이는 놀이에서도 결과에 예민해질 수 있습니다. 아이는 놀이에서도 인정받고 싶어 하니까요.

    4. 부모가 할 수 있는 최고의 개입은 ‘승부 놀이를 훈육으로 만들지 않는 것’입니다

    승부 놀이 상황에서 부모는 흔히 두 가지를 합니다. 아이를 혼내거나, 반대로 아이 편을 들어줍니다. 그런데 둘 다 장기적으로는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승부 놀이를 훈육으로 몰아가면 아이는 “놀이=긴장”으로 기억하고, 반대로 아이 편만 들면 아이는 “내 감정은 통제되지 않아도 된다”로 배우기도 합니다.

     

    가장 효과적인 부모 역할은 딱 하나입니다. 놀이의 결과를 감정 교육으로 연결하되, 아이를 평가하지 않는 것입니다. 아래 방식은 실제로 꽤 강력합니다.

     

    첫째, “왜 그랬어?” 대신 “많이 억울했구나”로 시작합니다. 감정을 먼저 인정하면 아이 뇌는 급격한 방어를 멈춥니다. 감정조절이 시작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둘째, 규칙은 짧고 단호하게 유지합니다. 예를 들어 “게임은 질 수도 있어. 하지만 밀면 게임은 끝이야.”처럼 행동 기준을 간단히 정합니다. 아이의 승부욕을 꺾는 게 아니라, 관계 기준을 지키는 것입니다.

    셋째, 결과보다 과정 칭찬을 습관화합니다. “졌는데도 끝까지 했네” “상대가 이겼을 때 참고 있었네” 같은 말은 아이의 사회성 발달을 한 단계 끌어올립니다.

    넷째, 승부 놀이를 ‘연습 게임’으로 만들어줍니다. 가끔은 부모가 일부러 져주거나, 일부러 이기지 않는 게 아니라 “한 판은 연습, 한 판은 진짜”처럼 아이에게 예측 가능한 구조를 주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감정조절이 약한 아이는 예측 가능성이 생기면 폭발 빈도가 줄어듭니다.

    다섯째, 진 뒤에 회복하는 ‘마무리 루틴’을 만들어 주세요. 예를 들면 “졌을 때는 10초 숨 쉬고 악수하기” “그다음 물 한 잔 마시기” 같은 루틴이 아이에게는 진짜로 도움이 됩니다. 이런 루틴은 승부 놀이뿐 아니라 학교생활에서도 감정조절 도구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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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이기고 지는 놀이의 진짜 목표는 ‘이기는 아이’가 아니라 ‘회복하는 아이’입니다

    부모들은 종종 아이에게 지는 경험을 빨리 익히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핵심은 단순히 지게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아이가 지는 순간을 받아들이고, 다시 놀이로 돌아올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게 바로 감정조절이고, 더 크게는 사회성 발달의 핵심입니다.

     

    승부 놀이에서 아이가 울어도 괜찮습니다. 화가 날 수도 있습니다. 다만 그 감정이 지나간 뒤에 아이가 “다시 할 수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그 회복력이 쌓이면, 아이는 학교에서도 친구 관계를 조금 더 단단하게 이어갈 수 있고, 실패를 견디는 힘도 함께 자랍니다.

    이기고 지는 놀이는 아이의 마음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그래서 부모 입장에서는 때때로 불편하고 속상합니다. 하지만 그만큼 중요한 기회이기도 합니다. 아이가 승부 놀이에서 무너질 때, 부모가 그 마음을 이해해주면 아이는 “내 감정은 다뤄질 수 있구나”를 배우게 됩니다. 그 경험은 아이의 내면을 생각보다 크게 성장시킵니다.

     

    오늘부터는 승부 놀이에서 결과보다 아이의 회복을 먼저 봐주세요. 이기는 아이보다 더 멋진 아이는, 지고도 다시 웃을 수 있는 아이입니다. 그 힘은 결국 가정 안에서 만들어집니다.